기계로 인간의 사고·행동체제 구현
자연-인공적인 것의 경계 허물어져
머지않아 사이보그 형태 진화할수도

▲ 이수동 울산대 전기공학부 초빙교수 전 울산과학대 총장

1936년,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Alan Turing, 1912~1954)에 의해 고안된 튜링기계(Turing Machine)는 수식과 언어를 연산 처리할 수 있는 인류 최초의 컴퓨터라고 할 수 있다. 튜링기계는 헤드 좌우로 움직이는 무한한 길이의 테이프 위에 읽힌 입력을 프로그램된 일정한 규칙에 의해 바꾸어 가며, 현재의 컴퓨터가 실행하는 모든 연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1950년, 튜링이 제안한 ‘튜링 테스트’는 이러한 기계가 지능을 가질 수 있는지를 판별하고자 하는 일종의 게임이다. 이 게임에서 사람과 기계는 서로 다른 방에 격리되어 텔레타이프로 교신하는데, 사람은 질문을 통하여 기계라는 것을 밝히고자 하며, 기계는 답변을 통해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을 진짜 인간이라고 믿게 한다. 만약 기계가 게임에서 이긴다면 그 기계는 인공지능을 가진다고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란 ‘인간의 사고와 지능적인 행동의 근저에 깔려있는 원리를 이해하고, 그 행동 메커니즘(mechanism)을 기계로 구현한 것’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즉 사람처럼 행동할 수 있는 기계를 만들고자 하는 학문이다. 인공지능 기계는 주변을 인지하고, 학습을 받을 수 있으며, 추론을 통한 판단 능력도 갖추고 있다. 인공지능 기계의 출현과 발전에 한껏 고무된 과학자들은 이제 곧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초 지능 로봇이 나올 것이라고 장담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최근 들어 초 고성능 슈퍼컴퓨터와 양자컴퓨터의 등장으로 이의 실현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1996년, IBM사의 슈퍼컴퓨터인 딥블루(Deep Blue)는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프로프와의 체스 시합에서 첫 번째 대국에서 승리했으나, 나머지 5번의 대국에서 3번을 지고 2번을 비겼기 때문에 최종적으로 4대2의 점수로 패하였다. 그러나 이듬해 IBM 디퍼블루(Deeper Blue)는 카스파로프에게 3.5대 2.5로 승리하였다. 카스파로프는 경기를 하는 동안 기계가 학습하고 있었으며 그도 이해할 수 없는 기계의 창의성을 보았다고 했다. 2011년, IBM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은 미국의 퀴즈쇼 프로그램인 제퍼디에 참가, 인간 우승자들 2명을 제치고 100만달러를 획득하였다. 왓슨은 자연어 형식으로 된 질문에 대하여 문맥 속의 미묘함을 파악하여 답할 수 있는 언어능력을 갖춘 것이다.

캐나다의 심리학자인 헤브(Donald Hebb, 1904~1985년)는 ‘우리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우리의 뇌를 일시적이거나 장기적으로 바꾼다. 이는 뇌와 마음이 하나로 통합된 체계이기 때문이다’고 하였다. 외부의 자극은 매시 320㎞의 속도로 두뇌에 전달되며, 이때 그 자극과 연관되어 함께 반응하는 일군의 뉴런들이 뇌 속에서 하나의 회로를 형성한다. 같은 외부의 자극을 다시 경험할 때마다 이와 관련된 회로에서 신호가 전달되는 통로는 더욱 강화되며, 우리의 두뇌 속에서 영구적인 지식으로 저장된다. 수많은 사람들의 뇌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거대한 변화들이 모여 인간의 자연적인 지능을 증강시키고,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다.

지능의 발달에 의해 새로운 기술이 탄생하고, 새로운 기술이 다시 인간의 지능을 향상시키는 끊임없는 순환이 언젠가는 인간 지능의 한계인 ‘특이점’을 넘어서는 지능적 형태를 등장시킬지 모른다.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 사이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인류는 진화과정에서 혁신적인 단계에 진입할 태세이다. 인간은 이미 자신의 DNA 코드를 풀어내고 나노기술, 유전자 변형, 합성생물학, 바이오프린팅과 사이버네틱스를 이용한 증강 등으로, 육신에 과학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인터넷 규모가 팽창해 상호 연결된 수십억 개의 서버컴퓨터와 인간의 의식으로 구성되어 지각능력을 가진 클라우드가 복합되어 만들어진 ‘디지털 복합체’인 -스타트랙의 인조인간 ‘데이터’와 같은- 신인류의 등장은 마냥 꿈속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다. 불원간 우리는 뇌를 포함한 신체의 어느 한부분에 인공지능 칩을 장착한 사이보그의 육신으로 살아갈 것이다.

이수동 울산대 전기공학부 초빙교수 전 울산과학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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