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여에 걸친 전 세계인의 드라마 막내려
올림픽 정신과 선수들의 현실 되돌아보며
4년후에 다시 펼쳐질 평창동계올림픽 기대

▲ 신국조 유니스트 석좌교수 서울대 명예교수·화학

많은 사람들을 애타게 하고 또 벅차고 자랑스럽게 한 소치 동계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유난히 말이 많았던 쇼트트랙 경기에서는 조국을 등지고 와신상담을 한 ‘빅토르 안’ 선수가 자신이 선택한 제2의 조국 러시아에 세 개의 금메달을 헌정, 뉴스의 초점이 되기도 하였다. 또한 피겨 스케이팅에서 우리의 자랑이며 전 세계인이 사랑하는 김연아 선수의 마지막 경기를 감명 깊게 보았고 그 결과에 대하여 안타까워했다.

이번 동계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들은 마침내 고된 훈련의 결실로 우승을 하여 환호하기도 했지만 출발점에서의 실격으로 또는 경기 중의 반칙으로 제대로 실력 발휘조차 하지 못하고 탈락되기도 했다. 실로 보름여에 걸친 전 세계적인 인간 드라마였다.

잔치는 모두 끝났다. 이제 다시 한 번 차분히 올림픽을 되돌아보자. 올림픽 헌장에 나타나 있는 올림픽 정신의 가장 근본적인 원리 중 첫 번째는 다음과 같다. ‘올림픽 정신은 신체와 의지와 마음의 질에 대한 예찬이자 이들이 전체로서 균형 있게 결합된 삶의 철학이다. 운동과 문화 및 교육을 융합함으로써 올림픽 정신은 노력의 즐거움, 모범적 사례의 교육적 가치, 보편적이며 근본적인 윤리 원칙들에 대한 사회적 책임과 존중에 근거를 둔 삶의 행로를 창출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숭고한 이념을 바탕에 둔 올림픽 경기가 현실에서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보다 좀 더 우리에게 쉽게 다가오는 올림픽 정신이 있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인 프랑스의 쿠베르탱 남작에 의하여 제창된 올림픽 신조에 의하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승리하는 것보다 노력하는 것인 것처럼 올림픽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것이 아니라 참가하는 것이다. 정복하는 것이 아니라 잘 싸우는 것이다.’

참으로 좋은 말이다. 져도 좋으니 참가하란다. 이번 동계 올림픽의 몇 종목에 우리 대표팀은 처음으로 출전했다. 이 경우에는 금메달이 아니라 경험을 쌓는 것이 목표였을 것이리라. 그러나 쇼트트랙 강국으로 알려진 한국의 대표팀은 이 경기 종목에 그저 참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필코 금메달을 목표로 삼았을 것이다. 아마도 이번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김연아 선수야말로 쿠베르탱 남작의 올림픽 신조에 가장 알맞은 선수였을 것이다. 열심히 연습하여 참가했고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너무도 의연하게 결과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그래서 우리는 더욱 가슴 아팠다.

스피드 또는 쇼트트랙의 계주와 같은 단체 경기의 경우 팀이 이기면 함께 금메달이요, 함께 군복무 면제를 받는다. 뒤따르는 물질적 보상도 물론이다. 그런데 개인기록 경기에서 자신을 희생하며 동료 선수가 금메달을 따도록 돕는 경우가 많았다. 올림픽 정신이 국가 단위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닐진대 단체 경기가 아닌 개인기록 경기에서 이렇게 희생된 선수들에게 돌아가는 보상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4년 후에 자신의 기록이 더 좋아진다는 보장도 없는 상태에서 다른 선수의 승리를 돕고 명예도 물질적 보상도 포기하는 것이 과연 올림픽 정신에 맞는 일일까.

올림픽의 모토는 ‘더 빨리’ ‘더 높이’ 그리고 ‘더 세게’이다. 하지만 이번 동계 올림픽 경기를 살펴보면 여기에 몇 가지를 추가하고 싶어진다. ‘더 멀리’ ‘더 아름답게’ 그리고 ‘더 창조적으로’ 그만큼 인간의 신체적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이 더 개발된 것이다. 현실적인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은 운동 경기를 통하여 개인의, 그리고 국가의 능력을 집합적으로 계발하여 궁극적으로 인류의 능력의 지평선을 계속 넓혀 나가고 영원한 인류의 화합을 추구하는 제전이다. 4년 후에 다시 펼쳐질 평창 동계 올림픽 제전이 기다려진다.

신국조 유니스트 석좌교수 서울대 명예교수·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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