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이가 필사의 노력 기울이고 있으니
힘들더라도 서로를 북돋우고 버티어라
부모님 품으로 살아돌아와 큰 꿈 펼쳐라

▲ 신국조 유니스트 석좌교수 서울대 명예교수·화학

얼마 전 2월17일에 경주 ‘마우나리조트’에서 체육관 천장이 무너지며 꽃 같은 청춘의 대학생들이 허무하게 죽고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었는데 4월16일에 또 다시 진도 앞바다에서 너무도 황당하고 엄청난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가 일어났다. 이번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피지도 않은 꽃봉오리 같은 수많은 어린 고등학생들이 갑자기 뒤집힌 뱃속에 갇힌 채 생사를 헤매고 있다.

온 나라가 숨을 죽이고 멈추어 서 버렸다. 전 세계도 함께 걱정을 하고 있다. 함께 탔던 다른 여행객들의 사연도 안타깝지만 300명이 넘는 단원고 학생들의 부모와 친지들은 억장이 무너진다.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온 국민의 가슴도 안타까움에 미어진다.

무엇이 이런 대형 참사를 다시금 불러 왔는가. 그렇게 큰 여객선이 어떻게 그리도 빨리 전복되어 침몰하게 되었는가. 학생들의 인솔책임자였던 교감선생은 구조된 후 자신의 책임을 통감하며 자살을 하였건만 여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선장은 그리도 많은 여객을 뱃속에 남겨두고 어떻게 자신이 가장 먼저 탈출할 수 있는가. 어려운 현장의 사정에도 불구하고 구조작업은 효과적으로 진행되고 있는가. 수많은 구조인원들을 일사불란하게 지휘해야 할 구조본부의 신속한 구축이 다소 지체된 것은 아닌지. 하지만 이들도 역시 모두 한 마음으로 구조작업에 매진하고 있으니 차분히 기다려 보자. 심지어 어린 수병이 구조작업 중 당한 부상으로 숨지는 사태까지 발생하였다.

당나라의 시선인 이백(李白)은 어느 봄날 복숭아꽃과 오얏꽃이 만발한 정원에서 벗들과 더불어 지은 시 중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무릇 천지는 만물이 쉬어 가는 여관이요, 세월은 영원히 지나가는 나그네라. 뜬구름 같은 인생은 꿈만 같으니 기쁨을 누린들 그 얼마나 계속되리.’ 이번에 사고를 낸 여객선이 바로 ‘세월호’란다. 세월(歲月)은 ‘흘러가는 시간’으로 영원히 흘러가버리는 것이며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어쩌다 우리는 하필이면 어리고 꿈 많은 어린 학생들을 세월에 실려 보내게 되었는가. 하지만 아직은 세월을 탓하지 말자. 어린 우리의 학생들이 지금도 잘 버티고 있을 것이다. 1995년에 서울에서 삼풍백화점 붕괴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10일이나 지난 후에 구조된 생존자가 있었단다. 세월호가 침몰한지 아직 엿새밖에 되지 않았다. 차가운 바닷물 속에서 뼈가 시린 추위를 견디며 그나마 뱃속에 남아있을 에어포켓에 호흡을 의존하고 있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희망이 있다. 그들의 가족뿐만 아니라 온 국민의 성원이 필요하다.

우리의 사랑하는 어린 학생들아. 악착같이 버티어다오. 이를 악물어라, 울지도 말고. 비록 너희가 갇혀있는 세월호가 수온이 낮고 물살이 빠르기로 악명이 높은 진도 앞바다의 ‘맹골수로(孟骨水路)’에 침몰되어 있지만 많은 사람들이 정말로 필사적으로 너희들을 구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참고 버티어라. 그리고 서로를 북돋아라. 함께 버티는 것이 홀로 하는 것보다 더 잘 견딜 수 있단다. 부모님이, 선생님이, 친구들이 너희를 애타게 기다린다. 따뜻한 부모님의 품안으로 돌아오너라. 부모님의 사랑도 아직 더 받아야 하고 나중에는 부모님께 효도도 해야지. 친구들과 맛있는 떡볶이도 같이 먹고 영화도 보러 가야지. 그리고 무엇보다도 너희에게는 아직도 못 다한 청춘의 꿈이 있지 않느냐. 꿈을 펴 보지도 못한 채 간다면 너무도 억울하지 않느냐. 이제부터 펼쳐가야 할 너희들의 세상이 기다리고 있다. 아니 그 세상은 바로 너희들이 만들어가야 한다. 어른들의 부주의로 커다란 희생을 겪게 되었지만 그렇기에 너희가 돌아와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라. 일찍이 당나라의 선승인 황벽(黃蘗)은 이렇게 말하였다. ‘뼛속까지 사무치는 추위를 견디지 않고 어찌 코끝을 찌르는 매화의 향기를 맡을 수 있으랴.’ 시련이 클수록 얻어짐도 크고 단단해 진단다. 예기치 않게 닥쳐온 이번의 고통을 잘 겪어내면 너희는 훗날 진정코 크고 아름다운 꽃을 피우게 되리라.

어느 무명 시인은 이렇게 말하였다. ‘때로는 미완성인 것이 가장 가슴을 저미며, 때로는 미완성인 것이 가장 아름답기도 하다.’ 이렇게 가슴 저미도록 아름다운 우리의 어린 학생들과 그들의 못다 핀 꿈이 한시라도 빨리 구조되기를 간절히 기원하다.

신국조 유니스트 석좌교수 서울대 명예교수·화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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