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불통 느끼게한 국정 인사 문제로
국민들과 정반대의 정서 드러낸 대통령
스스로 국민 중의 한사람임을 잊지 말길

▲ 정명숙 논설실장

우리 사회가 점점 다원화되면서 다름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나와 다른 피부색, 나와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이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가 됐기 때문이다. 단일민족이라는 사실을 자랑삼던 시대가 바야흐로 물건너 갔다. ‘다문화’라는 새로운 시대적 가치가 만들어졌다. 그래서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용해서 사용하는 언어적 습관을 문제 삼는 경우가 많아졌다. 다른 것을 틀린 것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다름을 틀림으로 간주함으로써 사회정체가 이뤄지고 있다고 심각하게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나와 다른 생각, 생각의 다양성,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고 수용해야 하는 것은 시대적 소명이자 우리 사회가 발전하고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길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간혹 다름은 곧 틀림이 되기도 한다. 대통령의 생각이 그 경우다. 대통령이 국민과 다르게 생각하는 것은 다양성이라 할 수 없다. 여럿 가운데 하나의 의견으로 존중되기가 어렵다. 대통령은 필부필부(匹夫匹婦)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가능한 많은 국민들과 생각을 같이해야 한다. 역으로 대통령의 생각은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국정 장악력과 추진력이 생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12일 신년기자회견에서 국민들과 완전히 다른 정서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비서실장 교체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비서실장은 정말 드물게 보는, 사심이 없는 분”이라며 “당면한 일이 많아서 그 일이 끝나고 (교체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세 명의 비서관과 관련해서는 “검찰은 물론이고 언론, 야당, 이런데서 무슨 비리가 있나하고 샅샅이 오랜 기간 찾았으나 그런 게 없지 않았나. 의혹을 받았다는 이유로 비서관을 내치거나 그만두게 하면 누가 제 옆에서 일 하겠나. 교체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분명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럼에도 국민들과 전혀 동떨어진 대통령의 생각, 완전한 불통(不通)을 온몸으로 느끼게 했다. 마치 성 안에 갇혀 원하는 사람만 만나고 원칙만 말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것만 같았다. 차마 놓칠 수 없었던 마지막 기대의 끈이 툭 끊어지는 느낌을 가진 것은 나 혼자가 아니었다. 기자회견을 마친 후 대통령의 지지율은 30~29%(갤럽, 1월셋째주~2월 첫주)에 머물렀다. 1월 첫주까지 그나마 40%대를 유지하던 지지율이 10% 이상 뚝 떨어져 30%선이 무너진 것이다.

국정 수행에 있어 국민들과의 소통(疏通)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원칙을 말하고, 한번 뱉은 말을 무조건 지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치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은 국민들의 협조와 공감이다. 국민들과 뜻이 통해야 한다. 대통령 스스로 국민 중의 한사람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12년간 핀란드 대통령을 지낸 타르야 할로넨이 지지율 80%로 퇴임을 맞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소통의 리더십’이었다. 수더분한 아줌마 같은 인상의 할로넨 대통령은 “세상의 모든 리더는 구성원의 이야기를 잘 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하고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리더란 변화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국민들이 변화를 만들어내도록 이끄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리더의 조건>, 북하우스)라고 말했다. 그녀의 재임기간 중 핀란드는 국가 청렴도 1위, 국가경쟁력 1위, 환경지수 1위, 학업성취도국제비교 1위라는 성과를 거두었다. 2002년 한국에 방문했을 때 직접 다림질을 하는 모습이 화제가 되기도 했던 그녀는 ‘국민과 함께’ ‘국민의 한사람으로서’라는 말을 가장 즐겨 사용했다.

16일 이완구 국무총리가 국회 인준을 받았다. ‘언론을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다’는 국무총리와 ‘내가 원하는 사람은 국민이 뭐라 하든 쓰겠다’는 대통령, 그들은 이미 ‘우리 중의 한사람’에서 멀찌감치 달아나 있다. 과연 국민들과 소통이 가능할 지, 국민들과 얼마나 다른 생각을 할 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그럼에도 또다시 기대를 건다. 지난 10~12일 갤럽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를 기록했다. 2주 연속 29%에서 겨우 30%대를 회복했다. 5주 만에, 미미하지만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아마도 국민들이 더 이상 절망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게다. 긍정을 통해 스스로 위로를 삼고 싶은 마음 말이다. 이제라도 대통령이, 새 총리가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정명숙 논설실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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