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고로 발전 가능성 큰 화학사고
예방 매뉴얼은 물론 정기훈련도 필수
사소한 위험도 지나치지 말고 살펴야

▲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얼마 전 울산시청에서 ‘중대산업사고 예방 CEO포럼’이 열렸다. 울산지역 주요 대기업 최고 경영자와 안전관리 책임자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시종일관 진지한 태도로 경청하는 참석자들을 보면서 안전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이 뜨겁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화학 산업은 대표적인 장치산업이다. 설비나 공정이 대형화되고, 복잡화되면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인명이나 재산피해 등 대형사고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대형 화학사고의 경우 사업장뿐 아니라 지역주민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화학산업 사업장 수는 증가하고 있다. 2010년 약 2만5000곳에서 지난해 3만1000여곳으로 25% 이상 늘었다. 최근 몇 년 사이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대형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면서 화학사고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우려가 큰 실정이다.

화재, 폭발 같은 대형 화학사고 발생 가능성이 큰 사업장은 ‘공정안전보고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한다. 공정안전보고서는 위험설비를 어떻게 안전하게 설치하고, 운영하겠다는 계획서다. 전국에 공정안전보고서 제출대상 사업장은 1800개가 넘는다. 울산에만 400개 가까이 된다. 전국에서 두 번째 많은 규모다.

화학사고는 왜 발생하는 것일까? 사고 원인은 크게 4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설비관리나 정비, 보수 등 위험작업 대부분을 외주화했기 때문이다. 둘째 원청업체와 협력업체 간 위험 정보에 대한 소통이 부족한 것도 원인이다. 셋째 외주화에 따라 해당 현장을 잘 아는 숙련된 기술 인력이 부족한 점도 꼽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가 부족한 것도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화학사고는 예방이 최선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화학사고 발생 위험이 큰 사업장을 대상으로 공정안전보고서 심사와 확인을 강화하고 있다. 작년 9월부터 공정안전보고서 적용대상 위험물질이 21종에서 51종으로 늘었고, 제출대상 사업장도 올해부터 1인 이상 모든 사업장으로 확대됐다.

위험경보제도 시행하고 있다. 화학 공장의 위험징후를 사전에 파악해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예방하는 제도다. 정비, 보수 작업이나 공정 변경, 운전원 변경 등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징후를 3개월 단위로 파악해 위험등급을 결정하고 관리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화학사고 예방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화학재난 합동방재센터’가 있다. 2012년 구미 불산 누출사고를 계기로 출범했다. 현재 울산을 비롯해 구미, 여수, 시흥, 서산, 익산 등 전국 6개 지역에 설치했다. 고용노동부, 환경부, 국민안전처 등 5개 부처가 합동으로 근무한다. 정부 최초로 칸막이를 없앤 협업조직으로 사고 예방을 위한 점검과 사고 발생 시 현장 대응이 주요 업무다.

화학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사업주와 근로자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사업주는 위험요인에 대해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 사고예방 매뉴얼을 갖추고 정기적인 훈련도 이뤄져야 한다. 근로자도 안전수칙 준수 등 사고예방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초윤장산(礎潤張傘)이라는 말이 있다. ‘주춧돌이 젖어 있으면 우산을 펴라’는 뜻으로 중국 북송시대 문장가 소순(蘇洵)이 한 말이다. 사소한 위험도 그냥 지나치지 말고, 꼼꼼히 살펴 대형 사고를 예방하자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초윤장산의 의미가 울산의 화학공장에서부터 전국 모든 산업현장에 확산되길 바란다.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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