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비업무 천직…35년간 ‘대학 첫 얼굴’ 역할

▲ 울산대학교 오연천(오른쪽) 총장이 지난 24일 70세의 나이에 직장생활을 마감하는 정정모 경비대장을 격려한 뒤 기념촬영을 했다.

36세에 입사해 2002년 퇴임 뒤

성실성 인정받아 계약직 근무

세딸 사위 두 명도 울산대 졸업

“35년 직장생활을 무사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직장 동료들이 모두 도와준 덕분입니다.”

직장생활 평생 ‘경비업무’ 한 우물만 팠던 울산대학교 총무인사팀 정정모 경비대장이 만 70세의 나이로 퇴직하면서 주변의 동료들을 먼저 챙겨 세밑의 따뜻한 미담이 되고 있다.

지난 24일 정 대장은 각 부서 동료들에게 일일이 감사 인사를 다녔다. 사무실을 찾은 두 손에는 아버지 직장 동료들을 위해 세 딸이 준비해준 따끈한 호박설기 떡이 김을 모락모락 내고 있었다.

정 대장은 36세 때인 지난 1981년 4월 울산대에 입사해 2002년 수위장으로 정년퇴임한 뒤 성실과 친절성을 인정받아 곧바로 경비전문 계약직으로 정든 직장생활을 이어왔다. 그는 입사 후 8년이 지나 사무직 전환 권유도 받았지만 경비업무를 천직으로 생각했고 지금까지 큰 도난사고 한 번 없이 업무를 수행해왔다. 본관에서는 안내업무를 맡아 ‘대학 첫얼굴’로서 역할을 다했다. 울산대학교 법인인 울산공업학원 사무국장을 지낸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도 울산대를 방문해 정 대장을 만나면, “별일 없으시지요?” 하면서 악수를 청한다.

특히 정 대장에게 울산대는 단순한 직장이 아니라 세 딸 대학교육까지 마치게 한 곳이다. 첫째딸(41·가정관리학 93학번), 둘째딸(39·행정학 95학번), 셋째딸(33·화학공학 02학번) 모두 울산대 졸업생이다. 아직 미혼인 막내를 빼고 두 딸을 결혼시켜 얻은 첫째 사위(42·전자계산학), 둘째 사위(41·물리학)도 울산대 졸업생이다. 정 대장에게는 울산대가 특별한 인연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는 “70세의 나이까지 일할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복(福)이었다”며 “앞으로 아내와 여행을 하면서 인생 2막을 설계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한편 울산대 오연천 총장은 24일 출근길 마지막 인사를 하는 정 대장을 총장실로 초청해 금일봉을 전달했다. 울산대에서는 정 대장의 애사심을 기리고 퇴직 이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하는 내용을 담아 감사패도 전달했다. 김은정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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