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해빙기 사고 예방 위해선
주변의 위험요인 꼼꼼한 점검 필요
올해는 안전이 습관으로 정착되길

▲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2월에서 3월로 건너가는 바람결에는 싱그러운 미나리 냄새가 풍긴다.’ 박목월 시인의 <3월로 건너가는 길목에서>라는 시의 첫 구절이다. 계절의 변화는 어느덧 추운 겨울의 터널을 지나 봄을 맞이하는 길목에 와 있다. 아직 바람 끝은 추위를 머금고 있지만, 햇살엔 봄기운이 가득하다. 사람들의 옷차림과 표정에도 여유가 묻어난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 추웠다. 서울의 기온이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고, 제주도는 7년 만에 한파특보가 내려진 가운데 폭설과 강풍으로 항공기 운항이 전면 중단되기도 했다. 울산 지역도 아침 최저 기온이 영하 11.4℃를 기록하는 등 전국적인 한파로 많은 시민이 불편을 겪었다.

이제 얼마 후면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봄을 맞이한다. 그러나 새봄을 기다리며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해빙기(解氷期) 안전사고’다. 해빙기는 말 그대로 ‘얼음이 녹아 풀리는 때’다. 흔히 2월부터 4월까지를 일컫는다.

해빙기는 왜 위험한 시기일까?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겨울철에는 지표면 사이에 남아있는 수분인 공극수가 얼어붙으면서 토양이 부풀어 오르는 이른바 ‘배부름 현상’(Frost Heave)이 발생한다. 그러다 날씨가 풀리면 얼었던 공극수가 녹으면서 지반을 약화시킨다. 이로 인해 땅꺼짐 현상이 발생하고, 건축물의 균열이나 무너짐 사고로 이어진다. 경사가 가파른 도로나 오래된 축대, 낡은 옹벽 등은 사고 발생 위험이 더 크다. 땅 꺼짐 현상으로 지하에 매설된 가스나 전기배선, 상·하수도관이 파손될 경우 대형사고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최근 3년간 산업재해 통계를 살펴보면, 해빙기에 매년 5000명이 넘는 재해자와 100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산업현장에서 해빙기 사고가 우려되는 곳은 건설현장이다. 토사면이 무너지거나 흙막이 시설물 파괴, 거푸집 동바리 파손 등의 위험이 크다.

실제로 몇 해 전 평택의 도로 건설현장에서는 근로자 2명이 우수관로 매설을 위해 3m 깊이로 터파기 작업을 하던 중 토사면이 무너져 1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다. 경기도 성남의 신축공사 현장에서는 22m 깊이의 지반 굴착공사 도중 흙막이 시설물이 무너지면서 근로자 3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당하는 사고도 발생했다. 부산에서는 수영장 지붕의 콘크리트 타설 작업 도중 상부를 지지하는 거푸집 동바리가 무너져 1명이 사망하고 6명이 다쳤다.

해빙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일하기 전 안전점검이 꼭 필요하다. 공사장 주변 도로나 건축물에 이상 징후가 없는지 확인해야 한다. 축대나 옹벽에도 균열이나 기울어짐 현상이 없는지 살펴야 한다. 그리고 공사장 주변에 떨어짐이나 접근 금지를 위한 표지판, 안전펜스가 제대로 설치되어 있는지 확인하는 것도 2차 재해예방을 위해 필요하다. 올해는 지난 겨울이 추웠던 만큼 해빙기 사고 위험도 크다. 매년 반복되는 해빙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주변의 위험요인에 대한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제 2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봄은 모든 것의 시작이다. 봄은 겨우내 얼었던 몸과 마음에 새 희망을 불어넣는 계절이고, 새로운 결심이 봄날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계절이다. 아직은 쌀쌀한 봄바람에 간절함을 담아 소망해본다. 올 봄엔 해빙기 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기를…. 올해는 일터와 우리사회에 안전이 문화로, 습관으로 정착되기를…. 새봄을 맞아 풀리는 날씨에 안전을 더 조이자.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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