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시대 대비 장기진로 모색하고
동남권 시대 선도할 새로운 진로 찾아
지역 발전의 메신저로 자리매김해야

▲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전 언론인

지역언론으로 27년을 지내온 것 자체가 오늘의 언론 환경에 비춰 축하를 넘어서 기적입니다. 이는 의지의 산물이며 애향심을 넘어 애향을 바탕으로 나라를 위한다는 국가관이 없으면 애당초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제 다시 27년을 내다보면 앞날이 창창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솔직한 소견입니다. 우선 울산을 비롯한 신문의 독자시장이 경천동지하는 변화를 겪을 것이며 언론은 신문, 방송, 인터넷 가릴 것 없이 지역의 변화보다 더한 격변을 겪을 것입니다. 이 변화의 흐름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존폐기로에 놓일 것입니다.

신문의 기술적인 변화는 인터넷의 등장으로 절감하고 있는 현실이지만 앞으로 27년간 가장 큰 변화는 ‘알파고’로 대표되는 ‘인공지능(AI)’의 시대라는 것을 가장 크게 염두에 둬야 할 것입니다.

알파고 시대 언론이 어떻게 존립할 것인가? 솔직히 아무도 모릅니다. 여러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도 알까말까합니다. 하지만 이 작업을 하지않을 수 없습니다. 알파고 시대 변화가 10년후 일이 아닌 시시각각 벌어지고, 우리의 계산을 훨씬 앞지르는 속도로 언론시장에 엄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상일보는 새로운 27년의 출발을 앞두고 ‘알파고 시대-언론에 요구되는 변화’라는 주제의 전문가 토론을 통해서 관계, 학계와 산업계의 시각을 종합해 장기 진로를 모색하는 것이 긴요합니다. 이와함께 울산을 비롯한 포항, 경주, 경남동남부, 경북남부 등 대한민국의 동해남부권 전체를 조망하는 광폭시각으로 지면을 만들고 신문을 경영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조선·철강의 위기는 예고편입니다. 머지않아 석유화학, 자동차산업까지 격변에 휩싸일 것입니다. 대량실업과 사회불안의 그림자는 고도성장의 상징인 동남권에 길고 짙게 드리울 것입니다. 지난 27년간 오로지 ‘성장과 발전’만 경험해온 이 지역과 지역 언론으로서는 한번도 겪어보지 못하고 상상해보지도 못한 사태입니다. 수도권이나 한국의 다른 지역에서 먼저 경험한 적도 없고 오로지 울산을 비롯한 동남권이 처음으로 겪는 구조적인 산업대변혁이기 때문에 나라 안에서 해답을 못찾습니다.

우리보다 한세대 앞서 이런 일을 경험한 영국의 과거 조선, 철강, 자동차 공업지역이 일본과 한국의 공세에 어떤 어려움을 겪었으며 어떻게 새로운 길을 성공적으로 모색했는지 배울 수 있습니다. 영국의 버밍햄 맨체스터 셰필드 같은 구 공업지대의 지역신문들이 어떻게 변화를 모색했는지 벤치마킹해야 합니다. 도태된 언론사는 어떻게 도태되었고 ‘탈공업화 이후 새로운 강자 언론’의 부상의 조건은 무엇이었는지 현지조사를 해야 합니다.

이렇게 보면 경상일보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울산에서 경주 포항 경남동남부와 경북남부권이 동시에 전대미문의 대변혁을 겪는 이 시점이 새로운 도약을 할 호기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같은 지역 언론중에서도 새로운 흐름에 앞서면 새 선도언론으로 부상할 것이고, 뒤늦고 안주하면 현재 아무리 주도자의 위치에 있는 언론이라도 순식간에 도태될 것입니다.

경상일보는 동시패션으로 대변화에 직면한 동남권의 앞 날을 앞서 고민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지면을 만들고 세미나와 포럼 등을 활발하게 전개해야 합니다. 이런 작업을 통해서 공론을 주도하고 그 자체를 사업화하는 방식으로 단순한 언론사가 아닌 ‘지역발전의 메신저’라는 새로운 지역언론의 지평을 열 시점입니다.

국내에는 동남권의 새로운 발전에 대한 지혜를 줄 수 있는 전문가와 학자가 별로 없습니다. 영국, 독일, 일본 등 한국보다 앞서 대변혁을 겪은 나라들에는 직접 겪어본 전문가 학자 언론인이 많습니다. 이런 분들을 초청해 세미나, 포럼 등을 개최하고 이런 분들에게 칼럼을 의뢰해 동남권의 새로운 발전의 방향을 모색하면 독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전 언론인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