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안전보건 주간행사 코엑스서 개최
일반인도 쉽게 알도록 정보·기술 공유
일상 속 여유 갖고 안전보건 확산되길

▲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자판기 커피 컵이 나오는 곳에 손을 넣고 기다린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전에 닫힘 버튼을 누른다. 클릭 후 3초 이상 열리지 않는 웹사이트는 닫아 버린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나와 있는 ‘외국인이 뽑은 한국인의 빨리빨리 베스트 10’ 중 일부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익숙한 풍경이 외국인 눈에는 특별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외국인이 바라본 한국 사회의 특징 중 하나가 ‘빨리빨리’ 문화라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배우는 말도 ‘빨리빨리’란다. 우연의 일치겠지만, 우리나라 국제전화번호도 ‘82’(빨리)로 시작한다.

한국 사회의 ‘빨리빨리’ 문화는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Alvin Toffler)도 한국의 ‘빨리빨리’ 문화가 짧은 시간에 많은 변화를 이루는 경쟁력이 됐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빨리빨리’ 문화는 단기간에 우리 경제를 세계 10위권으로 끌어 올리는데 기여했다.

그러나 심각한 후유증도 남겼다. 성장 위주의 정책 추진과정에서 안전은 소홀히 취급됐고, 이로 인해 사회적 물의를 빚은 대형사고를 경험해야 했다. 산업현장도 마찬가지다. 아직도 우리 일터에서는 하루 250명이 다치고 5명이 목숨을 잃고 있다. 근로자 1만명 당 사고로 인해 몇 명이 사망하는지를 나타내는 ‘사고 사망만인율’지표는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과 비교하면 2~4배 높은 실정이다.

‘빨리빨리’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느리게 살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패스트푸드의 반대 개념으로 슬로(Slow)푸드가 등장하고, 슬로예능, 슬로쇼핑 등 방송가에도 슬로(Slow)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자연과 인간 삶의 조화, 전통문화와 힐링 등을 주제로 ‘슬로시티’(Slow city)를 만들어 홍보하고 있다. 슬로족(族)도 등장했다. 점점 빨라지는 사회 변화 속도와 반대로 느리게 사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한 마디로 복잡한 삶에서 벗어나 여유롭고 자연친화적 삶을 추구한다. 슬로 트렌드는 이미 우리 삶속에 알게 모르게 확산되고 있다.

슬로 트렌드가 필요한 곳 중 하나가 산업현장이다. 그중에서도 안전분야는 ‘빨리빨리’ 보다 ‘여유로움’ ‘꼼꼼함’이 필요하다. 세심하게 위험요인을 살피는 노력이 현장의 습관으로 정착해야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이제 곧 7월이다. 7월은 안전보건의 의미를 되새기는 달이다. 7월 첫째 주 월요일은 정부에서 정한 ‘산업안전보건의 날’이고, 7월 첫 주는 ‘산업안전보건 강조주간’이다. 더운 날씨와 높은 불쾌지수로 안전에 소홀하기 쉬운 계절을 맞아 다시 한 번 안전을 생각하자는 배려가 서려있다.

올해로 49회째를 맞는 강조주간 행사가 7월4일부터 1주일 간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다. 올해 대회 주제는 ‘함께하는 안전보건 행복한 대한민국’이다. 산업재해예방에 공이 큰 유공자를 포상하는 산업안전보건의 날 기념식을 시작으로 첨단 안전보건 장비와 제품을 선보이는 국제안전기기 전시회, 최신 기술과 정보를 공유하는 세미나와 우수사례 발표대회가 마련된다. 특히 일반 국민도 안전을 쉽게 이해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안전연극’ ‘명사초청 안전특강’ ‘UCC 쇼’ ‘안전엽서 보내기 이벤트’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선보인다.

속도가 경쟁인 시대. 안전은 나와 동료, 우리를 위한 최소한의 배려다. 또 행복한 가정, 건강한 사회를 지탱하는 뿌리다. 함께 실천하는 안전보건 활동이 우리 사회에, 일상 속에 확산하길 희망한다. 이제부터 일하기 전에 잠시 여유를 갖고 안전을 챙겨보는 것은 어떨까. 시원한 여름보다 안전한 여름을 기대한다.

이영순 안전보건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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