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은경 울산발전연구원 문화재센터장

도시의 변화는 마치 마술을 보는 듯 순식간에 이루어지기도 한다. 몇 개월 만에 찾아간 마을이 통째로 없어져 버리기도 하고, 없었던 길이 생겨 길을 잃는 경우도 허다하다. 급변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울산의 변화와 발전만큼 문화재들도 바쁘게 세상 속으로 나와야 했다.

2008년 즈음 울산 북구 연암동과 효문동 일원에 모듈화일반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몇 개 기관이 연합으로 대규모 발굴조사를 진행했다. 문화재를 쏟아 부었다고 해도 좋을만한 울산의 북구, 이를 입증하듯 청동기부터 조선시대까지 많은 유적과 유물들이 조사됐다. 그중 오랫동안 유달리 필자의 기억에 남았던 유물이 있다.

통일신라시대부터 고려시대에 걸쳐 사용하였던 연암동유적의 건물지에서 출토된 금동불입상이다. 높이 5.8㎝, 광배너비 2.9㎝, 대좌지름 2.4㎝로 아주 작고 일부 마모와 파손이 있었지만 광배와 대좌가 일체형으로 된 통주식의 완전한 불상이다. ‘U’자상의 옷주름을 가진 통견과 왼손의 여원인, 오른손의 시무외인을 확인할 수 있는 정교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선각으로 표현한 광배와 연꽃대좌에서 만든 이의 불심과 정성을 가히 짐작할 수 있었다.

▲ 금동불입상(울산연암동유적·한국문화재보호재단·2011).

이 건물지에서 출토된 수키와 조각에 ‘亭山’ ‘山寺’ 등 ‘亭山寺’라는 명문이 적혀 있어 사찰로 추정하고 있다. 통일신라시대 빠른 양식의 청자굽이나 청자편들도 같이 출토돼 시기도 짐작됐다. 하지만 문헌에서 ‘亭山寺’라는 기록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분명 이 지역 어딘가에는 정산사라는 사찰이 있었을 것이고 언젠가는 이를 증명할 문헌자료도 찾아낼 것이다. 우리가 모르고 있는 사이 세상으로 나온 숱한 문화재들. 이들을 울산의 살아있는 역사로 인식하고 감당하려는 우리의 노력이 조금만 더 간절하기를 기대한다.

배은경 울산발전연구원 문화재센터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