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라보는 중국 본심 확인하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냉철하게 관찰하며
서로 윈윈하는 관계로 발전시켜가야

▲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전 언론인

사드의 한국배치 결정으로 한중관계가 요동치고 있다. 장기적으로 두 나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더 두고 봐야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 중국의 한국에 대한 깊은 본심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한중관계는 1960년대까지는 서로 적대시하는 사이였다. 한국전쟁 때 백병전을 수없이 치른 적이었다. 그러다가 1972년 한국이 전혀 예상치 못한 미중수교로 어정쩡한 입장을 견지해오다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에 편승해 1990년 무역대표부를 거쳐 1992년 정식수교에 이른다. 그 이후 한중관계는 예전의 원한을 확실히 청산하기로 했는지 뒷전으로 미뤄 놓았는지 애매한 가운데 경제관계로 더없이 밀착해왔다.

이제 사드 배치를 계기로 서로의 처지와 본색을 제대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특히 상대방을 깊이 알려 들지 않고 ‘남도 나 같을 것’으로 지레짐작하는 버릇이 있는 한국 사람들은 사드 사태를 통해 그동안 중국을 그려온 그림이 잘 묘사된 사실화인지, 실체와 동떨어진 작가주의 추상화인지 똑바로 알게 되었다.

사드에 대한 중국의 대응을 보면 미국과 세계를 양분할 명실상부한 G2의 수준에는 미달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사드 배치결정에 항의하는 몸짓으로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은 라오스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리용호 북한외무상과 장시간 비행기를 동승하고 같은 호텔에 투숙하면서 화기애애한 모습을 보여준 것과는 대조적으로 윤병세 한국 외교장관을 만나서는 노골적으로 냉대했다.

G2를 자처해온 중국이 이런 세련되지 못한 외교의전을 연출한 것은 이 나라가 아직 세계와 동북아의 리더로 공인 받기에는 멀었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 준 셈이다. 라오스 국제회의에서 왕이 외교부장이 그렇게 살갑게 대했던 북한의 리용호 외무상 옆 자리에 다른 나라 외교장관들이 앉기를 꺼려해서 자리를 재배치하는 해프닝을 벌였다고 한다. 이런 국제무대의 기피 왕따국인데다 사드 한국 배치의 원인 제공자인 북한과 어깨동무하는 모습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중국은 아직은 대국이 아닌 ‘대국이 되고 싶어 하는 나라’이며, 이것이 중국의 현주소라는 것을 스스로 보여준 것이다.

중국은 필리핀과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놓고서도 헤이그 상설 국제중재재판소(PCA)의 자국에 불리한 판결을 무시하고 계속 자기 고집대로 밀고 나가고 있다. 설사 국제재판소 판결에서부터 사드배치까지 중국의 국수주의자들이 말하는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이라 하더라도 일대일로(중국에서 스페인까지 중국주도의 경제실크로드를 닦는다는 전략)와 아시아 인프라투자은행(AIIB)을 통해서 세계의 지도국 자리에 오르겠다는 글로벌비전을 스스로 무색케 하는 어처구니없는 처신이다.

제갈공명의 ‘천하삼분지계(天下三分之計)’처럼 세계질서의 중심을 동아시아로 이동시키겠다는 큰 포부를 가진 나라가 세계가 합의한 국제재판소의 판결을 무시하고 자국의 이해관계에만 집착하는 신흥 국민국가 수준의 태도를 보이는 것은 안타깝다. 중국은 1세기 전 미국과 유럽주도로 짜놓은 국제연맹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전격 탈퇴를 통해서 열등감을 분노로 표출했던 당시 일본제국의 우둔한 대외전략을 타산지석으로 참고해야 한다.

한국은 이번 사드 사태를 계기로 중국의 한국에 대한 깊은 본심이 무엇인지, 동북아시아 질서를 놓고 중국이 장기적으로 추구하는 의중이 무엇인지 그 진면모를 바로 보게 되었다. 이를 계기로 양국이 손자가 말했던 ‘지피지기(知彼知己)’의 전략적인 시각으로 길게 보고 서로에 대한 이해와 기대의 거품을 걷어내고 냉철한 자세로 임하면 서로 ‘윈윈’하는 ‘쿨’한 관계로 거듭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동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전 언론인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