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속도로 진행되는 인구의 고령화로
노동능력의 심각한 질적 저하 우려
고령근로자에 맞게 작업환경 바뀌어야

▲ 김양호 울산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진행을 보이는 나라로서, 다른 나라에 비해 고령화 속도가 빠른 만큼 고령화에 대비한 사회적 준비기간이 부족하다. 인구 고령화가 노동력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심각하다. 2017년부터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노동력의 주축인 핵심생산가능인구(25~49세)는 이미 2007년을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향후 노동력의 양적 부족과 노동인구의 고령화로 인한 노동능력의 질적 저하가 국가경제에 미칠 영향이 심각히 우려되고 있는 실정이다. 핵심생산가능인구의 감소와 함께 장년 노동자들의 고용증가 추세가 나타나고 있는데, 노동생애의 관점에서 보면 주된 일자리에서 평균 49세에 조기퇴직하고 평균 68세에 사회에서 완전히 은퇴할 때까지 저임금 일자리를 반복하게 되는 현실에 처해 있다.

우리나라 통계를 보면, 청소원, 아파트 경비원, 주방보조요원, 간병인, 가사도우미, 제조업 또는 건설업의 단순종사원 등에 55세 이상의 고령근로자들이 많이 모여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별다른 교육훈련 없이도 건강만 허락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직종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이러한 직종들이 해야 하는 업무가 단순하기는 하지만 대개 불안정한 일자리라 계속 옮겨 다니면서 낯선 환경에서 근무해야 하므로 고령근로자의 경우 환경에 적응할 때까지 젊은 사람들보다 시간이 많이 걸리고 여러 가지 육체노동을 할 가능성이 크다.

고령근로자들은 고령화로 인해 근력 및 근지구력이 떨어지고 근육의 탄력성 및 관절의 가동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시력 및 평형감각이 떨어져서 똑같은 일을 해도 젊은 근로자들보다 훨씬 더 자주 넘어지고 떨어지는 사고를 일으키게 되고 골절을 당하기도 쉽다. 또 고령근로자는 심폐기능이 떨어지고 피부가 얇아지면서 고열환경이나 저온환경에 취약해지며, 청력도 크게 저하되어 젊은 근로자보다 산업재해가 다발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렇다면 주된 일자리를 퇴직한 고령근로자가 20년 정도 더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다가 은퇴하려면 사업장에서는 어떠한 배려가 필요할까. 우선 사업주부터 고령근로자의 고령화에 따른 신체적 변화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어야 하며, 고령근로자의 직무배치시 고령근로자들에게도 고령에 따른 생리적 변화가 해당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어떻게 신체적 손상으로 이어지는지와 예방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 지에 대하여 안전보건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령근로자에서 가장 흔한 산업재해인 넘어짐·미끄러짐·떨어짐을 방지하기 위해서 작업장 바닥이나 통로를 미끄러지지 않게 하고 평평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시각 및 청각 기능저하에 의한 사고방지를 위하여, 경고표시판이나 작업절차용 게시물이 잘 보이도록 색 대조를 뚜렷이 하고 글자를 크게 해야 하며, 작업면 및 통로에 밝은 조명을 설치해야 한다. 소음이 심한 작업장에서는 청각 대신 시각(경고등) 또는 진동 등에 의한 정보전달이 가능하도록 조치하는 것도 중요하고, 청각기능이 떨어져 있는 고령근로자에게는 천천히 크게 이야기 해주며, 필요시 프린트물도 주어 의사전달을 확실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60세 이상의 고령 근로자는 온열질환에 걸리기 쉬우므로, 올 여름과 같은 폭염시에는 근무시간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

고령근로자 입장에서도, 경고표시가 있는 곳에서는 특히 더 조심하고, 보호구를 잘 착용하며, 안전 수칙을 잘 준수해야 한다. 또한, 고령에 따른 신체기능의 변화는 젊었을 때 보다 개인차가 더 커진다는 점을 명심하고 노동능력을 오래 유지하기 위해 스스로 건강생활을 실천함으로써 고령에 따른 신체기능 저하가 더디게 오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양호 울산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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