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소외지역 경주 지진·태풍으로 혼미

국민적 관심 쏠린 지금이 종합정책의 호기

개발·규제 조화이룬 정책으로 위상 제고를

▲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전 언론인
 천년고도 경주가 위기다. 지진으로 입은 외상은 치유되고 있지만 태풍까지 겹친데다 일부 인터넷 영상 미디어들의 자극적인 과장보도로 경주가 입은 내상과 이미지 손상은 가늠하기 힘들다. 역사관광의 상징도시에서 재난도시의 전형처럼 되어버린 경주는 혼미하다.

 경주의 위기는 단순히 한 지자체가 힘들어졌다는 의미와는 차원이 전혀 다르다.박근혜 대통령이 그 정도 지진피해에 그렇게 빨리 현장을 방문한 것도 단지 지진복구 자체만 걱정해서가 아니었을 것이다.

 경주는 박정희 대통령 때는 삼국통일로 최초의 민족국가를 이룩한 ‘성지’로 대접받았다. 그랬던 경주가 한국이 선진국 문턱까지 발전하는 지난 30여년간 뒷전에 밀려나 있었다. 정권이 교체되고 이념이 격변하는 과정에서 심지어 일각에서는 ‘외세와 손잡은 부분 통일’이라는 식으로 통일신라에 대한 역사적 가치 해석까지 평가절하 되기도 했다. 이렇듯 퇴락한 종가 같았던 경주에 지진과 태풍까지 덮치면서 기진맥진해졌다.

 이번에 경주의 외형적인 복구에 그쳐서는 안 된다. 경주의 가치에 맞게 제대로 복원하고 위상을 재정립하는 종합적인 정책을 세우고 실행에 옮길 때다. 무너진 한옥 담장과 기왓장 보수와 관광 캠페인 정도에 만족해서는 경주의 장래는 담보하기 힘들고 그것은 단지 경주의 문제로 그치지 않는다. 이 땅에 처음으로 통일국가를 이룩한 세계사적으로도 드문 천년고도가 갖는 가치와 자부심을 종합적으로 복원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정체성 확립과 향후 남북통일의 역사적 주체 확립에까지 닿아있는 중차대한 일이다.

 경주에 대한 대통령과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모처럼 높아진 지금이 호기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슬로건이나 다짐이 아닌 현재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 중에서 경주에 적용가능한 것을 종합적으로 채택하는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정책추진이 핵심이다.

 우선,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규제개혁 프리존법이 성사되면 경주를 대상에 포함시켜야한다. 이 법을 활용해서 경주를 제주도처럼 관광관련 업종은 물론 경주에 어울리는 첨단친환경 신종산업들이 꽃피울 터전을 마련해야 한다. 제주도의 경우 내국인까지 출입이 가능한 면세점 허용,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큰 매력을 더했던 성공사례가 있다. 더욱이 경주는 울산, 포항과 인접해 있어서 현 정부의 양대 국정지표인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융복합적인 동시 추진이 가능한, 드문 곳이다.

 둘째, 경주를 문화재보존 차원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 경주는 문화재뿐만 아니고 각종 건축까지 사사건건 중앙으로부터 간섭을 받아왔다. 경주 못지않게 유네스코 세계유산이 많은 서울에 대해서는 경복궁 앞 정부청사에서부터 종묘 인근 등에 빌딩과 오피스텔 고층건축을 수십 채씩 눈감아 온 중앙의 전문가들이 경주에 대해선 서릿발 같은 잣대를 적용해왔다. 경주에 대해 서울처럼 규제완화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경주 전체를 놓고 ‘보존과 활용, 개발과 규제 및 관리’의 조화를 이룬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계획과 예산스케줄을 확고히 담보할 수 있는 관련 특별법을 하루빨리 만들고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경주는 지자체가 전적으로 혼자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차다.

 이를 통해 천년고도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오늘에 되살려 통일정신의 산실과 우리 문화에 기반한 문화융성과 창조경제의 3마리 토끼를 잡는 베이스캠프로 활용해야 한다.

 셋째, 문화유산 관광도시에 머물러온 경주가 살아있는 역사교육의 산실이 되도록 해야 한다. 마침 교육부가 추진 중인 국정교과서에 이를 반영해야 한다. ‘지금 한반도에 사는 우리가 한민족이라는 생각을 심은 계기가 신라통일이고 지금 통일을 염원하는 뿌리도 여기에서 있다’는 것을 가르쳐야 한다. 이를 통해 남북통일을 대한민국이 주도해야 하는 역사적 당위성에 대한 인식이 청소년들부터 확고해질 때 통일이 앞당겨지는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 이후 역대 어느 정부보다 보다 경주의 가치와 활용에 관심이 높은 박근혜 정부가 규제프리존 지정과 경주 전체에 대한 발전 특별법, 역사교과서 반영과 같은 연관 정책들을 엮어 종합정책세트를 마련하면 경주는 물론 국가발전에 보약이 되고, 현 정부의 위대한 업적이 될 것이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사무총장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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