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생활 전반에 밀접한 화학물질들
최소 노출과 검증된 방식으로 활용해
건강 지키는 안전한 공존법 모색해야

▲ 김양호 울산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전 세계적으로 20세기에 들어오면서부터 화학물질의 종류와 사용량이 늘어나기 시작하여 현재 사용되는 화학물질의 종류는 수만종이다.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물질이 개발되고 있어 사업장뿐만 아니라 생활주변에도 화학물질이 범람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던 농경시대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며,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화학물질과 공존해야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화학물질을 다루어야 할까. 몇 가지 원칙을 살펴보기로 하자.

첫째, 사용하는 양을 줄여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독성학적 원리에 ‘노출(사용)량이 독성을 일으킨다’는 것이 있다. 해로운 물질도 적게 사용(노출)되면 문제가 안될 수 있고, 필수물질도 많이 사용(노출)되면 독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불가피하게 독성물질을 사용하여 생산활동을 해야 하는 사업장에서는 작업자에 노출을 최소화하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공정을 밀폐시켜서 밖으로 노출되는 양을 최소화거나, 국소배기장치를 사용하는 방법 등이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도 마찬가지이다. 해로울 가능성이 있으면 적게 사용하는 것이 상책이다. 이 원칙은 몸에 좋은 물질에도 해당된다. 비타민은 몸에 필수원소로서 부족하면 몸에 해롭지만, 과다섭취하면 비타민 중독이 될 수도 있다. 금속 중에서도 아연이나 망간은 필수원소로서 부족하면 건강이상을 일으킬 수 있지만, 지나치면 심각한 중독증세를 일으킨다. 우리는 매스컴에서 뭐가 몸에 좋다더라 하면, 그것을 맹신하고 너도 나도 무분별하게 섭취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경우에도 적당량을 섭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둘째, 같은 유해성(hazard)이 있는 물질이더라도,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사용할 때는 건강영향의 위험도(risk)가 달라질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집단적인 폐질환발생사건이다. 가습기 살균제는 일반 소독제로서 또는 샴푸 등에 넣어 사용하여 왔고, 그렇게 사용하면 그다지 큰 해가 없는 화학물질이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가습기의 물에 타서 사용함으로써 사람의 폐에 직접 유해한 화학물질을 흡입시키는 결과가 되어 치명적인 폐질환을 일으켰다. 또 하나의 다른 예가 메탄올중독에 의한 근로자의 실명사건이다. 그동안 메탄올을 사용하는 사업장의 기존의 여타 공정에서는 메탄올이 심각한 건강문제를 일으키지 않았기 때문에, CNC 절삭공정에서 100%의 메탄올로 제품을 세척하고, 에어건으로 건조시키는 방식을 사용함으로써 동일한 유해물질이 심각한 리스크를 유발했던 것이다. 같은 유해물질이 다른 공정에서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사용될 때 건강영향의 위험도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해서 온 결과였다.

마지막으로 유해성정보가 거의 없는, 잘 모르는 화학물질을 사용할 때는 일단은 독성이 있을 것이라고 간주하고 주의하면서 사용해야 한다. ‘화학물질의 유해성을 모르는 것’과 ‘화학물질이 안전하다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전형적인 예가 국내에서 1995년에 발생한 2-브로모프로판 집단중독사건이다. 한 전자부품업체에서 20여명이 불임 등 생식장해를 일으켰다. 2-브로모프로판은 그 당시 오존파괴물질로 알려져 있던 프레온을 대체하여 새로이 사용된 물질이었으며, 그때까지 독성에 대하여 연구된 것이 거의 없는 물질이었다. 독성연구가 적어 독성을 모르는 것을 독성이 없는 것으로 생각하고 안전한 물질로 오해하여 적절한 건강보호조치 없이 사용하여 생긴 집단 중독사건이었다. 즉, 새로운 화학물질을 사용할 때는 항상 해로울 수 있다는 인식을 갖고 조심하여 사용해야 한다.

이 세가지 원칙만 잘 이해하고 지키면, 우리는 사업장이나 일상생활 속에서 화학물질과 공존하면서도 건강을 지키면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김양호 울산대학교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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