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식 시조시

인  간절곶 거친 암벽에  달빛 이마를 부순다    의지로 내달린 파도  수평 끝에 이르러    불에서  막 달군 햇덩이를  조심조심 끄집어 낸다.    꽃잎으로 온통 꽃잎으로  수평 위에 되깐다 해도    설령 착한 사슴의 피로  도배를 한다 해도    이보다  선한 색깔의  핏물일 수 있을까.    한가지 족한 뜻으로  신새벽을 달려온 사람들    웃음도 내면 울음도  소원 그 마저 다 잊은 채    멍하니  그냥 멍하니  입만 쩌억 벌릴 뿐이다.    박영식씨는 ▶샘터시조상 장원으로 문단에 나왔고 서울신문 신춘문예 시조우수작,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당선, 시조문학 추천완료 등의 경력을 쌓았다. 성파시조문학상과 공무원문예대전 시부문 행정자치부 장관상도 수상했다. 〈가난 속의 맑은 서정〉 등 4권의 시집을 펴냈다. 현재 남울산우체국에 근무한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