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살곳 찾아 떠도는 2030세대
37% 달하는 부동층, 시대정신 반영
실리 충족되는 곳으로 표심 향할듯

▲ 이재명 논설위원

이번 대선에서 2030세대가 캐스팅보트로 떠오르고 있다. 2030세대는 그러나 기성 세대에 짓눌려 힘이 없다. 그러기에 2030세대들은 더욱 캐스팅보트의 힘을 빌리려고 애를 쓴다. 대학을 졸업했지만 일자리도 없고 집도 없는 2030세대는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이번 대선 투표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것이다. 이번 기회가 지나고나면 어느 대통령이 청년들의 삶을 책임지겠느냐 하는 것이 요즘 2030세대의 심리 상태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업체 4개사가 성인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지난 22~24일 실시해 25일 발표한 11월 4주차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2030세대의 부동층은 다른 세대보다 월등히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부동층은 41%(지지후보가 없다 31%+모름·무응답 10%), 30대 부동층은 33%(22%+11%)에 달했다. 반면 40~50대의 부동층은 15%, 60대 이상은 17%로 조사돼 2030세대 보다 훨씬 적었다.

20~30대의 부동층 비율이 37%에 이른다는 것은 곧 다가올 새로운 세상의 ‘시대정신’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2030세대는 지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청년세대의 민심을 제대로 보여줬다. 이들의 민심은 한마디로 공정과 정의, 그리고 실리주의였다. 그 중에서도 하루가 멀다하고 뛰어오르는 집값과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일자리에 2030세대는 분노했다.

2030세대의 이념은 ‘이념이 없다’는 것이다. 탈(脫) 이념은 진보, 보수, 좌파, 우파, 진영논리 등을 떠나 어떤 후보라도 실리만 충족되면 표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그 동안 기성세대들은 과거의 이념에 얽매 청년의 고민을 깊이 성찰하지 못했다.

울산은 전국에서 청년층이 가장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는 도시다. 통계·기업분석 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통계청 자료를 바탕으로 2018년 12월부터 올해 10월까지 20~39세 인구 증감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울산지역 2030세대는 2018년 12월 31만9567명에서 올해 10월 28만4257명으로 11.0%(3만5310명)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울산지역 총인구는 115만5623명에서 112만2566명으로 2.9%(3만3057명) 줄었다. 단순 비교하면 2030세대의 인구 감소폭이 전체 인구 감소폭의 약 3.8배에 달하는 셈이다.

울산의 2030세대가 이렇게 줄어드는 것은 ‘일자리’와 ‘정주여건’ 때문이다. 울산은 한 때 전국의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던 ‘일자리 천국’이었다. 그러나 조선업종의 수주절벽을 거치면서 ‘일자리가 없는 도시’ ‘활기가 없는 도시’ ‘정주여건이 불량한 도시’로 전락했다. 국가통계포털(KOSOS)에 따르면 울산은 지난 2011년 1~3분기 7만8300명이었던 20대 취업자수가 올해 1~3분기 6만600명까지 추락했다.

울산의 사정이 이러니 전국 상황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청년 체감경제고통지수가 2015년 집계 이후 최고치로 치솟았다. 특히 15~29세 청년층의 체감경제고통지수는 27.2를 기록했다.

표심을 정하지 못한 2030세대의 부동층은 지금도 살 길을 찾아 이리저리 몰리고 있다. 서울로, 경기도로 주거지를 옮기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대통령 후보의 공약을 유심히 살펴보기도 한다. 기성세대의 구태의연한 이데올로기는 찾으려야 찾을 수 없다. 이념이 밥 먹여주냐. 기성세대에 대한 울산 청년들의 항변은 딱 이 한마디로 함축된다. 오늘도 울산의 청년들은 일자리를 찾아, 살 곳을 찾아 유목민의 삶을 살고 있다.

이재명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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