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한국의 경제·문화 발전과 더불어 K-푸드가 각광을 받고 있고, 또한 다양한 맛집, 한정식, 궁중의 진어찬안까지 각종 음식과 음식 이야기들이 회자되고 있다.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성대한 연회석은 아마도 만한전석(滿漢全席)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수의 만주족이 30배가 넘는 한족의 중국 점령 후 세운 청나라에서 서로 간의 화목을 꾀한다는 명목으로 호화롭고 진귀한 음식으로 황제가 직접 참여하는 성대한 잔치를 여는데 이를 만한전석이라고 한다. 통상 100여종의 음식이 준비되는데 그중 진귀한 식재료를 48진(四八珍)이라 하며 여기에는 짐승에서 유래하는 식재료 8가지를 산8진(山八珍), 바다에서 나는 8가지를 해8진(海八珍), 날짐승 8종류를 금8진(禽八珍) 그리고 땅에서 나는 식재료 8가지를 초8진(草八珍)이 있다.

초8진을 소개하면 후두균(원숭이 머리 모습을 닮았다 하여 붙인 중국 이름으로 노루궁뎅이버섯을 칭함), 양두균(곰보버섯), 죽손(대숲에서 발생하는 흰망태버섯), 화고(꽃처럼 갈라진 최상품의 표고버섯), 은이(흰목이), 황화채(원추리의 꽃봉오리), 여와균(안장버섯), 운향신(넓게 펴진 표고버섯) 등이다. 여기서 놀라운 것은 초8진 중 7가지가 버섯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표고버섯이 두 가지를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표고의 진가를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 꽃처럼 갈라진 표고버섯 백화고.
▲ 꽃처럼 갈라진 표고버섯 백화고.

만한전석의 내용은 정통 역사서나 실록에는 언급되는 것이 없고 더구나 중국공산당이 중국의 고유한 문화를 철저하게 파괴한 문화대혁명으로 만주족의 문화인 만한전석의 존재조차 모르다가 최근에는 호화로운 중국 음식문화의 대명사로 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중국의 각 지방마다 현지에서 구하기 쉬운 재료로 대체하여 그 지방의 대표식품, 대표식당으로 크게 광고하고 있다. 서울 강남에도 만한전석 식당이 있는데 1인당 50만원을 넘는 최고급식당이다.

아무튼 버섯은 예전부터 만한전석에서 귀한 식품으로 여겨졌다는 사실과 현재는 우리 식탁에 오르는 식재료 중 가장 최신의 그리고 가장 웰빙식품의 대명사로 간주되고 있다는 것이고, 우리나라 버섯 산업의 역량이 전 세계에 돋보이고 있어 자못 뿌듯하다. 게다가 표고버섯은 화고와 운향신으로 초8진 중 두 가지나 차지하고 있는데 이 가을에는 표고버섯 요리를 먹으면서 만한전석의 이야기로 식사이야기를 즐겨봄도 좋을 듯하다. 최석영 울산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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