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전체의 이해관계 초점 맞추고
창의적인 다양한 협상안 만들어야
감정개입 피하고 객관적 기준 필요

▲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

치명적인 코로나 19가 종식된 이후에도 한국 경제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게다가 국민들은 고물가에 휘청이고 있다. 점점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을 위로로 삼고 힘들게 살고있다. 그런데 이 어려운 시절, 정부는 의대입학정원을 기존 3000명에 2000명을 증원하겠다고 발표했고, 의사들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측의 주장은 팽팽하고 마치 누가 죽나보자 식의 치킨게임을 하는 것 같다. 국민은 2000명이나 동결의 정확한 근거를 알지 못한 채, 위급한 국민의 생명이 대통령실과 의사들간의 파워게임속에 내던져진 느낌이다. 협상으로 보자면 양측은 ‘벼랑끝 전술’ (brinkmanship)을 구사하는 듯하다. 요즘 벼랑끝 전술하면 곧 북한과 핵이 떠오르지만 사실은 미국에서 D. 아이젠하워 대통령과 국무장관의 외교전략을 비판하면서 최초로 사용된 말이다. 이 전술은 냉전당시 미국과 소련 사이에 마치 전쟁을 할 것처럼 위협하면서 상대방의 굴복과 양보를 얻어내려는 협상 전술이었다.

의료혼란을 바라보면서 국민의 입장에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점은 첫째, 대개 이 전술은 적대적 상대방 사이에 시행되는 비이성적 전술인데, 최고 지성그룹인 정부 고위행정가들과 의사 전문인들 간에 이렇게 국민을 볼모로 극한대치한다는 것은 나라의 수치다. 의사들은 자신의 이익을 양보해야 하며, 정부는 압수-소환 대신 대화-협상의 판을 깔아야 할 책임이 있다.

둘째, 이 전술은 승자에게는 큰 기쁨이지만 패자에게는 큰 상처를 남기는 특징이 있다. 잘못 사용되면 이 전술은 양자 모두에게 큰 재앙으로 남을 수 있다. 이제 정부-의사 모두 협상 테이블로 무조건 나와야 하며, 플랜 B와 C를 제시해야 한다. 다양한 협상안을 논의하지 않고 오직 원안고수에 집착한다면 가짜엄마로 볼 수밖에 없다. 셋째, 이 전술은 대개 협상의 최후수단으로 사용되어야 한다. 오직 내 승리만 바라는 자는 결국 대중의 신뢰를 잃어 그 화가 곧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의와 정 모두 현대적인 협상원칙을 살펴보아야 한다. ‘하버드 협상 4원칙’은 피셔와 유리의 공저, <예스를 이끌어내는 협상법 (R. Fisher and W. Ury, Getting to Yes)>에 나온다. 피셔는 우선 자신의 이익과 입장만을 고수하는 전통적 협상법을 버리고, 원칙 중심 협상법(Principled Bargaining)을 권장한다.

제1 원칙은 문제로부터 사람을 분리하라. 협상자간 강한 감정이 개입되면 현안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목표는 상대를 꺾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관심사를 더 잘 이해하는 것이어야 한다. 제2 원칙은 각자의 입장이 아닌 사회전체속 이해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민주사회에서는 당사자간 이해관계의 차이와 갈등은 필연적이라고 믿기 때문에 노조도 인정하고 파업에 따른 불편도 인정하는 것이다. 상대를 악마화해서 선전전과 압박만 한다면 감정의 골만 깊어진다. 즉시 중단해야 한다.

제3 원칙은 무엇을 결정하기 전에 창의적인 다양한 협상안을 만들라. 플랜 A는 협상의 출발점일 뿐, 플랜 B, 플랜 C 등이 필요하다. ‘2000명을 5년안에 꼭’이나 ‘의대증원 절대불가’를 고집하면 안된다. 어느 것도 진실이 아닐 수 있다. 초기에 85%가 넘는 국민이 의대증원에 찬성했다고 꼭 2000명을 바라는 것으로 오해하면 안된다. 제4요소는 객관적 기준을 사용해야 한다. 팩트는 정확해야 한다. 쌍방은 협상 서두에 사용할 객관적 기준에 동의해야 한다. 해당 전문가의 개입도 필요하다.

끝으로 세계적인 협상학 전문가 피셔교수는 강경론자의 위험성을 지적한다. “협상초기에는 항상 강경론자가 이기는 것처럼 보이죠. 그러나 협상이 진행됨에 따라 강경론자의 자기주장은 온건론자까지 강경론자로 몰고가 결국 그 협상을 결렬되게 만든다.”고.

한규만 울산대 명예교수 영어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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