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논설위원

내일은 부처님 오신날이자 스승의 날이다. 석가가 살아 생전에 많은 제자들로부터 큰 스승으로 받들어졌음을 감안하면 부처님 오신날이나 스승의 날은 서로 일맥상통한다 하겠다.

부처님 오신날은 원래 석가 탄신일로 불리었으나 지난 2018년 명칭이 바뀌었다. 부처는 원래 고대 인도어인 산스크리트어로 ‘깨달은 자’(붓다·buddha)를 의미하는데 한자로는 ‘불타(佛陀)’라고 쓴다. ‘불타(佛陀)’는 산스크리트어의 ‘붓다(Buddha)’를 발음대로 적은 것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부처’는 ‘불타(佛陀)’라는 한자를 우리 식으로 부르는 이름이다. 인도의 붓다에서 중국의 불타로, 다시 우리나라의 부처로 이름이 계속 변한 셈이다.

해마다 부처님 오신날이 되면 단골로 방영되는 영화가 있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만다라’ ‘봄 여름 가을 겨울’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1989) 등이다. 이 중에서도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에서 달마는 과연 누구인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하다. 집집마다 달마도(達磨圖)가 걸려 있지만 ‘집에 걸어두면 좋은 기운을 받는다’고만 알고 있는 수준이다. 일부에서는 달마도가 수맥을 차단하는데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기도 하다.

▲ 조선시대 화가 김명국의 달마도.
▲ 조선시대 화가 김명국의 달마도.

달마(達磨)는 불자들에게 부처님 다음으로 숭배 받는 인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인도의 향지국의 셋째 왕자라 하나, 기록이 많지 않아 그의 인생의 전모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다만 520년 소림사에서 9년간 면벽수도한 끝에 깨달음을 얻었다고 전한다. 그는 이전의 경전 중심의 교종 불교에서 선(禪) 중심의 선종 불교를 처음으로 주창한 사람이다. 언어는 소통에 필수적이지만 높은 경지에 올라가면 오히려 사고를 구속하기 때문에 언어를 버리고 직지인심(直指人心), 즉 직관적 깨달음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달마는 많은 전설과 일화를 남겼다. 전설에 의하면 달마는 원래 매우 미남이었다. 어느날 길에 커다란 구렁이가 죽어있는 것을 보고 이를 치우기 위해 잠시 유체이탈을 했는데, 그 사이에 곤륜산 선인이 달마의 몸에 들어간 채로 도망가버리는 바람에 평생 추남으로 살았다고 한다. 또 다른 전설로는 달마가 수련을 하던 중 눈꺼풀이 계속 내려 앉자 눈꺼풀을 잘라버렸는데 버린 눈꺼풀이 차(茶)나무가 됐다는 이야기가 전한다. 그는 죽고 난 뒤 웅이산에 묻혔는데, 3년이 지난 뒤 멀쩡하게 부활해 신발 한 짝만 지팡이에 꿴 채 길을 떠났다고 한다.

스승의 날, 부처와 달마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하루가 되기를 바란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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