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기도회를 고비로 한풀 꺾이나 했던 전세계 이슬람교도들의 반미 시위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6일(현지시간) 파키스탄, 터키, 튀니지 등지의 미국 공관 앞에서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파키스탄에서는 사망자가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이슬람 강경세력은 이번 사태에 빌미를 제공한 영화 ‘무슬림의 순진함(Innocence of Muslims)’을 제작한 사람들과 미국 정부를 동일시하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한편 이슬람 국가 정부를 상대로 반미 행동을 촉구했다.
 
 ◇파키스탄 카라치서 1명 사망·18명 부상 = 16일 파키스탄 남부 카라치의 미국 영사관 앞에서 시위대 수백명이 경찰과 충돌했다.
 바리케이드를 통과한 시위대는 최루가스와 물대포로 진압에 나선 경찰에 돌과 벽돌을 던지며 맞섰다. 시위대가 영사관 담까지 도달하자 경찰은 공포탄을 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1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시아파 무슬림단체의 대변인이 전했다. 또 현지 응급의료요원인 쿠람 아흐마드는 사망자 1명과 부상자 18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고 말했다.
 카라치 주재 미국 영사관 직원들은 안전한 상태라고 주 파키스탄 미국대사관의 리언 해리스 대변인이 소개했다.
 또 파키스탄 동부 라호르와 북서부 데라 이스마일 칸에서도 수천명이 모여 “우리의 전쟁은 미국이 망할때까지 계속될 것”, “미국은 개다” 등의 반미 구호를 외치고, 성조기를 태우는 등 시위를 벌였다.
 라호르 시위는 인도인 166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8년 뭄바이 테러를 저지른 단체의 ‘위장 조직’으로 보이는 ‘자마트 우드 다와’가 조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아프리카 니제르의 국경도시 진데르에서는 반 이슬람 영화에 분노한 시위대가 지난 14일 금요기도회 후 현지 성당을 습격, 성모 마리아상을 부수고 서류와 미국·영국 국기를 불태우는 등 난동을 부렸다.
 이 사건 이후 현지 기독교계 지도자들은 안전상의 우려 때문에 경찰의 보호를 받고 있다.
 16일 튀니지 수도 튀니스의 미국 대사관 앞에서도 보수적 이슬람교도인 살라피스트 수천명이 시위를 벌였다. 이 과정에서 현지 살라피스트 지도자인 모하메드 엘 바크티를 포함, 75명이 체포됐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터키 수도 앙카라에서도 이슬람교도 50여명이 ‘미국인에 죽음을’, ‘백악관이여 기다리라’는 등의 구호를 외치며 미 대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성조기에불을 붙였다.
 
 ◇헤즈볼라 등 대미 공격 종용 =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단체인 헤즈볼라의 지도자 셰이크 하산 나스랄라는 이날 TV로 중계된 연설을 통해 “영화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관람 및 상영금지를 해야할 사람들은 그 영화 제작자를 지지하고 보호하는 사람들”이라며 “그것은 바로 미국 정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분노의 시위’ 주간을 선언하면서 월(17일)·수·금·토·일요일에 시위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나스랄라는 전세계 이슬람교도들을 향해 각지의 미국대사관에서 분노를 표출할 것을 촉구했다. 또 각 이슬람 국가 지도자들이 코란과 선지자 무함마드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서게끔 만들자고 제안했다.
 또 파키스탄 라호르에서 시위를 조직한 단체 ‘자마트 우드 다와’의 지도자인 하피즈 무함마드 사이드는 미국 정부가 문제의 영화 제작자들을 처벌할 때까지 미국 대사관 및 공관을 폐쇄할 것을 촉구했다.

 ◇독일 美 ‘코란소각’ 목사 입국불허 = 독일 정부는 코란 소각 퍼포먼스를 벌인 미국인 테리 존스 목사의 입국을 불허키로 했다.
 독일 내무부는 16일 자국 극우 성향 단체의 초청을 받은 존스 목사가 공공질서 유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감안, 그의 입국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필리핀 최대의 이슬람 반군인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의 최고위 정무 담당자인 가잘리 자파르는 1만2천여 조직원들에게 마닐라 정부와의 휴전협정을 준수하고, 미국 공관을 공격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자파르는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전 리비아 주재 미국대사를 죽음에 이르게한 공격을 “무분별한 폭력”으로 규정한 뒤 “지금은 암흑의 시대가 아니다”며 “따라야할 규칙과 법률이 있다”고 부연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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